친밀한 가해자 – 손현주
**친밀한 가해자**는 ‘가해자’라는 단어가 더 이상 뉴스 속 낯선 얼굴만을 가리키지 않는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이 작품은 학교 폭력이나 명백한 악의 대신, 실수·선의·침묵·관계라는 모호한 지점에서 시작되는 가해의 순간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CCTV도, 목격자도 없는 비상계단에서 벌어진 사건은 단순한 사고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건 이후 주인공 준형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의 선택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서로를 지키기 위한 행동,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가까운 사이이기에 가능한 은폐와 합리화는 어느새 또 다른 폭력이 된다. 이 소설이 탁월한 이유는, 그 누구도 쉽게 악인으로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끝까지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손현주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피해자의 고통’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나는 과연 가해자가 될 수 없는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돌려준다. 죄와 실수의 경계, 책임과 회피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들의 내면은 청소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어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십 대 독자에게는 현실적인 도덕적 딜레마를, 성인 독자에게는 쉽게 지나쳐온 자기 합리화를 돌아보게 한다.
『친밀한 가해자』는 빠르게 읽히는 미스터리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책을 덮은 뒤에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라는 질문이 계속 남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용기 없이 외면해 온 선택의 순간들을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드러낸다. 청소년 문학이라는 범주를 넘어, 오늘의 사회를 읽는 데 필요한 한 권으로 추천할 만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