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빈 신부 – 신앙은 문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견디는 힘을 준다.
김홍빈 신부의 이야기는 늘 거창한 교리가 아니라 삶의 바닥에서 시작된다.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신앙을 말한다. 그에게 신앙은 세상을 빠져나가기 위한 도피처가 아니라, 현실을 끝까지 살아내기 위한 태도에 가깝다.

김 신부가 강조하는 ‘땅’은 단순한 농업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에 기대 살아가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 환산하는 사회에서, 땅마저 거래와 투기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실을 그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문제 삼는다. 인간이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을 때, 삶은 쉽게 불안해지고 관계는 메말라진다.
그가 본당 신자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사는 결과를 빨리 보장하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으면 기다려야 하고, 잡초가 자라도 함께 견뎌야 한다. 김홍빈 신부의 신앙은 이 과정 속에서 분명해진다. 신앙은 문제를 단번에 없애주는 힘이 아니라, 문제 앞에 무너지지 않고 서 있게 하는 힘이라는 믿음이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고. 아파트 베란다의 작은 텃밭, 한 끼 식사를 직접 마련해보는 경험만으로도 삶은 달라질 수 있다고. 손으로 흙을 만지고,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키워보는 일은 불안을 없애주진 않지만, 불안을 견딜 수 있게 만든다.
김홍빈 신부의 메시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경제가 흔들리고, 일상이 불안정해질수록 사람들은 빠른 해결책을 찾지만, 어쩌면 필요한 것은 해결이 아니라 버티는 힘일지도 모른다. 신앙이든 삶이든,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문제를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김홍빈 신부라면
- 서울대교구 쑥고개본당 주임
- 충북 영동 농지에서 공동체 농사 활동
※ 현재 소속 본당은 최신 자료 확인이 필요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