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받지 않고, 그저 존재하고 싶은 마음
요즘 사람들 중에는
“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설명하거나
“나는 이렇다”라고 규정되기보다
그저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잘했고 못했고, 옳고 그르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판단 속에서
사람들은 어느새 존재 자체보다 평가에 익숙해진 사회에 살고 있다.
1. 끊임없는 판단은 자아를 피로하게 만든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 피로(ego fatigue) 는
계속해서 자신을 설명하고, 방어하고, 증명해야 할 때 나타난다.
-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설명해야 하고
- 왜 그렇게 느꼈는지 정당화해야 하며
- 왜 지금의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증명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사람은
‘나’라는 존재 자체에 지쳐버린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게 맞다, 틀리다”는 판단 이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원하게 된다.
2. ‘판단받지 않음’은 무관심이 아니라 안전감이다
많은 사람들은
판단받지 않기를 원한다는 말을
“관심받기 싫다는 뜻”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사람이 진짜 원하는 건
무관심이 아니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 이다.
- 평가되지 않아도 되는 상태
-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 바꿔야 한다는 압박이 없는 상태
이럴 때 사람은 처음으로
있는 그대로 숨을 쉰다.
3.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규정이 버거운 이유
정체성을 규정하는 말들은
겉보기엔 단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가둔다.
- 나는 원래 이런 성격이야
-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이야
- 나는 늘 이래왔어
이런 말들은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변할 가능성까지 함께 봉인해버린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나는 이렇다”라는 말조차 하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존재로 남고 싶어 한다.
4.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감각의 회복
인간에게 가장 근본적인 욕구 중 하나는
조건 없는 수용(unconditional positive regard) 이다.
(칼 로저스, 인본주의 심리학)
이건
잘해서도, 맞아서도, 훌륭해서도 아니라
존재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는 경험이다.
이 감각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은 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굳이 규정하지 않아도
삶이 조금은 덜 무겁다는 걸.
5. 판단보다 존재를 원하는 사람들은 약한 게 아니다
판단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판단을 겪었고
너무 오래 스스로를 증명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존재 그 자체로 쉬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회복을 향한 본능적인 움직임에 가깝다.
마무리하며
누군가에게
“넌 어떤 사람이야?”라고 묻기 전에
가끔은 이렇게 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무 말 안 해도 돼.
그냥 여기 있어도 괜찮아.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정확한 판단이 아니라
더 조용한 인정인지도 모른다.